리사의 찾아가는 인터뷰 : 식물, 정원, 공원 관련 젊은 실무자들을 찾아간다.
오늘의 인터뷰이 : 펄리
안녕하세요, 자연휴양림의 숲해설가로 근무하고 있는 펄리입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숲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즐겁고,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고, 사람들과 눈 마주치고 이야기하며 공감하는 것이 피부로 와 닿고 좋아서 산림교육 쪽으로 진로를 정하였어요. 우연히 이렇게 숲해설가로 활동할 자리가 있어서 오게 되었고, 현재 4개월 차인데, 제 직업에는 만족도가 높아요.
리사 : 숲해설가로 활동하기 위한 필수적인 자격이 있나요?
산림청에서 인증하는 산림교육전문가에는 숲해설가자격증, 유아 숲 지도사 자격증, 숲길 등산지도사 이렇게 세 가지가 있어요. 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해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요. 산림교육전문가 지원자격조건으로 이 자격증이 필수적이예요. 숲해설가 자격증은 시니어분들도 퇴직하신 이후에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며 취득하고 있고, 최근에는 산림교육이나 산림치유 쪽 진로를 생각하는 젊은 층들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어요.
리사 : 원예과를 졸업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식물세밀화수업도 같이 들었잖아요. 펄리는 정말 재능이 많아요. 수많은 길 중 이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식물을 좋아해서 원예과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전공을 공부하는 것과 식물을 공부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전공에서 생각하는 범위가 더 넓어졌고 식물 가까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수목원전문가 교육과정을 알게 돼서 졸업하자마자 이수를 하게 되었어요. 수목원전문가과정을 이수하며 숲해설가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취득하게 되었고요. 식물도 좋아하는데, 어릴 때 선생님이 꿈이기도 했거든요. 좋아하는 것들을 결합해서 생각했을 때, 숲해설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르다면 이르고 늦다면 늦겠지만 그래서 지금 이 숲해설가 자리에 와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산림교육쪽으로 경력을 쌓아보려고 해요.
리사 : 일을 하면서 만족도가 높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전시관리 일을 하면서 정말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기쁘고 보람된 순간도 많아서 계속 경험을 쌓고 있어요. 펄리도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이나 학생 때 느꼇던 것과 실제 업무와의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학생분들도 이 글을 볼 수가 있어서요.
성별에 차이를 두면 안되는데, 제 생각에는 원예과를 졸업하고 구인구직을 할 때 여자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원예과는 여자가 더 잘 취업이 되지 않냐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오히려 원예쪽에서는 힘쓰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도 해요. 원예학과를 졸업하면 종자회사, 비료회사, 농촌지도사 등 다양한 길이 있어요. 종자회사나 비료회사 같은 경우에는 남자분들을 선호하기는 하죠.
숲해설가 교육을 들으면서 환상과 로망이 있었죠. 숲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숲에 대한 환상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근무하는 환경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어요. 우선, 잘 갖춰진 사무실이 아니였어요. 목공예 체험실 한쪽에 숲해설선생님들의 자리가 마련 되어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숲해설 선생님들의 연령대가 높다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근무를 시작하니 또래가 없으니 조금 외롭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숲해설가라는 직무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 보니 연령층이 평균 60대 이상이에요.
리사 : 실제로 숲해설을 할때도 자기가 짠 시나리오 혹은 직접 만든 교구재를 사용하나요?
네 맞아요. 필요한 교구재는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목공예 재료는 숲에서 때죽나무나 쪽동백나무를 이용하여 말리고 필요한 모양으로 잘라서 준비를 해요. 그리고 저같은 경우는 숲에 식생들을 파악한 뒤 해설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하고 나무들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매일 출근하는 것이 숲이다 보니 사람과 식물에 대해 매일 생각하게 돼요. 식물이 우리 삶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되는데, 이 당연한 것이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물을 보전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이나 인간의 욕심 때문에 식물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 주변에 식물이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으로 인해 식물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식물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리사 : 펄리도 그렇고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의 직업은 사람들이 식물을 활용하거나 이용하는 데에 있잖아요. 식물에 대해 생각하는 척을 하지만, 식물을 다루면서 돈을 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휴양림 같은 경우에도 자연을 보전하면서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 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교목 관목들만 남겨두고 예초를 위해서 작은 야생화나 풀들을 베어버리기도 하죠. 숲해설가들에겐 작은 야생화나 풀들도 해설의 소재가 되는데 생태 관리자 분들과 소통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요.
리사 : 이러한 자연 휴양림을 만들게 아니라 아예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관련 기관들이 말로는 간섭을 최소화 한다고 하지만 사람 위주의 관점이나 활동에서 개발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간섭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어쨌든 자연을 훼손하는 거니 그건 참 어려운 문제예요. 하지만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요?
리사 : 맞아요. 식물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주제가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이고 어떻게 풀것인가가 이 프로젝트의 주제예요.
제가 하는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산림에 대한 교육을 통해 숲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여 왜 우리가 자연과 숲을 보전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요. 숲과 자연을 함께 지켜나가자고 알려주는 것이 최종적인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숲에는 유아부터 노인뿐만 아니라 소외계층도 와요. 숲 해설을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인식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숲과 자연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식물을 보호하면서 자연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리사 : 실질적으로 코로나시대 이후 그 전의 해설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화할까요?
코로나 19 이후 일을 시작해서 그 전과의 숲해설에 대한 사항은 잘 모를 수 있어요. 비대면을 통한 언택드 시대라고 하잖아요. 숲해설도 많이 변화하고 있어요. 너튜브에도 숲해설을 검색하면 사람들이 숲에 오지 않아도 숲을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어요. 고민을 해서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숲의 다채로움을 어떻게 영상을 통해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고, 생태공예 등 프로그램 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이니까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 중이에요. 1인칭 시점에서 보는 사람에게 의미 전달이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리사 : 시각이나 청각 말고 후각이나 촉각등 다양한 감각도 중요하잖아요. 대규모의 감염을 경험한 세대가 앞으로는 숲을 어떻게 경험하게 될지 궁금해요.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니까요. 비대면만이 정답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숲해설을 들었던 경험을 생각해봐도 보통 1:1로 듣지는 않았잖아요. 쌍방으로 소통하고 함께 수업 듣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중요했던 것 같아서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는 해요.
100% 비대면으로만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숲해설에 있어서 정보 전달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돌아갈 숲에 대한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숲에 대해 좋은 느낌이 들고 치유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면 다시 찾아오게 될 테니까요. 시각적인 효과 뿐만아니라 만지고 향기 맡는 오감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코로나 시대가 계속된다면 예약제로 받아서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지금의 상시해설은 오전과 오후 2번 진행되고 있어요. 그리고 "찾아가는 숲해설"이라고 직접 학교나 복지관에 직접 방문하여 준비한 숲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해요.
리사 :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미술관과 박물관에도 정해진 시간에 들을 수 있는 도슨트가 있잖아요. 아주 짧더라도요. 수목원, 식물원에도 상시해설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말해주는 정보는 전달력이 몇 배가 아니라 몇천 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해설과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해설을 원하는 내방객도 있고, 해설을 원치 않는 방문객도 있어요. 원하시는 해설의 길이도 달라요. 해설도 '티키타카'가 중요하거든요. 길게 하면 한시간 반 정도까지도 하는데, 정말 궁금해하시고 좋아해 주시는 잘 맞는 분들을 만나면 함께 크게 한 바퀴를 돈다거나 더 세세하게 이야기하기도 해요.
리사 : 그럼 산림청 산하 모든 자연휴양림에는 숲해설가분들이 계신 건가요?
산림교육전문가가 배치되어 있어요. 숲해설가가 있을 수도 있고, 유아숲지도사가 계실 수도 있고요. 그 비율은 휴양림 각각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리사 : 그 행복에 대해 조금 더 말해주세요.
행복은 큰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생활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행복이 진짜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 같아요. 예로 친구들이 나를 보러 왔다거나, 해설을 하다가 방문객이 "진짜 목소리 너무 좋으시고, 설명을 잘하셔서 이런 직업을 하시나 봐요."이런 예상치 못한 칭찬을 들었다던지, 그날따라 운이 좋다거나 하는 갑자기 찾아오는 행복이 진짜 행복인 것 같아요. 나 행복해질 거야! 혹은 이렇게 하면 행복하겠지 하면 오히려 그런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조금 더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행복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걸로. 작은 행복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아직 산림교육전문가로서의 롤모델은 없는 것 같아요.
리사 : 그럼 어떤 산림교육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물론 해설가로서의 충분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실력과 내공으로 인해 갑자기 주어진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해설가가 되고 싶어요. 저의 해설을 듣고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이래서 숲을 지켜야 하고 소중하구나"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아니 숲을 지켜야겠다까지 아니더라도 소중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런 점들을 넓혀가서 사람들이 자연을 보전하는 것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산림교육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물론 해설가와 기술 능력, 내공을 모두 갖추고 나서요. 더불어 자연과 숲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펄리 선생님! 했을 때, "아 그 해설? 정말 재밌더라! 꼭 한번 들어봐~" 이런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달된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을 것 같아요.
해설가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산림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인증받는 일도 해보고 싶어요. 산림교육의 기초가 되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20년 아니, 30년 정도 후에는 유아기부터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산림교재의 교재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런 일에는 단단한 내공이 필요하니까요.
리사 : 진짜 유명한 토크쇼의 마지막 질문이더라고요. 제가 차용했어요.
좋은 질문인 것 같아요. 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예요. 똑같아요. 행복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본인이 행복하면서 남들에게도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 마냥 딱딱하지 않고, 무겁지 않으며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요. "그 사람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 줄 알더라,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더라"
제가 느끼는 바로는 연령층이 조금 높다 보니 기관에서 원하는 진행방향이 다소 어렵게 느끼시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숲해설가는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10개월에 한 번씩 계약을 새로 하거든요. 2,3월에 시작해서 12월에 계약이 끝나는데, 1-2월에 공백기를 활용해서 문서작업과 같은 필수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을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좀 더 젊은 연령의 숲해설가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20대 또래가 아예 없어서요.. 함께 일하시는 동료로는 50대 후반이 가장 어리시거든요. 젊은 층이 한 휴양림에 2-3명 정도만 있어도 일처리가 좀 더 쉽고,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숲해설가 직업에 대한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한번 더 각인시킬 필요가 있어요. 젊은 층이 이 직업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간절히 느끼고 있어요. 전문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는 있지만, 숲해설가 전문과정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교육 관련 분야 혹은 식물분야에서 경력을 인정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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