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이는 찬바람과 물이 얼기시작하는 영하를 내려간 온도는 식물이 매해 견뎌야 하는 주요기작이자 필수환경이다. 온도와 광량이 올라가는 봄이 다가오면 지난 가을에 심은 추식구근들은 휴면타파하여 싹을 틔울 것이다. 목련산에 식재한 목련속, 동백속들은 폭발적인 성장으로 세포벽이 얇은 큰 세포들을 만들어내어 2020년의 나이테, 춘재를 형성해나갈 것이다.
최근 인기있는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하계 스포츠인 야구가 겨울동안 중단되어 팬들이 스토브(Hot stove),즉 난로 주변에 모여 선수단과 구단의 동향을 이야기하는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가드너들에게도 약 3-4개월간의 겨울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일년 농사를 잘 꾸리려면 폭발적인 힘을 응축해야 한다.
사무실 청소를 하고 테이블을 들여놓으면서 Winter Interest 식물로 화병을 꾸며보았다. 겨울에 더 눈에띄는 식물들이 있고, 가드닝 중에도 다른 시기보다 겨울에 해야하는 일들이 있다.
수목의 전수조사
겨울의 정원은 수관과 수피로 이루어진 깊은 경관을 자랑한다. 잡초나 활엽, 우거진 신록으로 막혔던 시야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겨울 동안에는 수목의 전수조사가 비교적 쉽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수피와 겨울눈, 수형 등 식물의 생식기관이 아닌 영양기관으로 동정(식별)이 가능한 숙련자, 식물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이 많은 가드너들에게 해당한다. 물론 풀이 우거지고 분초를 다투는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되면 수목의 전수조사 난이도가 급상승하기는 한다. 수목 하나하나의 생육상태, 표찰관리, 전정, 퇴비 등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한 수목관리가 우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겨울정원관리 (계절별 초화 관리, 주제원 관리)
계절이 뚜렷한 한국, 태안의 경우 야외에 식재된 초본류는 생장을 멈춘다.(대나무와 야자류, 상록초본 제외) 호랑가시나무속, 녹나무속, 그 밖에 진한 배경이 되어주는 상록활엽수나 상록침엽수 등을 제외한 낙엽수들은 잎이 진다. 수목의 수피와 수형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겨울정원의 주인공으로는 수피가 아름다운 식물들이 선발대로 손꼽히곤 한다.
4계절, 24절기, 48주간 개화식물을 집중 관리하는 것이 가드너들의 주요한 업무이다. 겨울에는 더욱 아름다워지는 겨울정원을 관리하는 일도 주요한 업무이다. 겨울의 꽃이 되는 주제원은 겨울정원일테니.
전정
그리고 겨울에는 전정이 이루어진다. 사실 수목만을 담당하는 아보리스트가 상주하여 1년 내내 수목원 전체의 고사지, 도장지를 전정하며 생육을 관리하고 특성을 이해하여 수형을 잡아 나간다면 정말 이상적일 것이다. 현실의 가드닝은 이상적이지 않다. 주제원을 조성하고, 제초를 하고, 계절별 초화를 관리하며 묵은잎을 제거하고, 비료를 주고, 멀칭을 하고, 표찰을 달고, 그렇게 급한 일을 종종거리며 하다보면 해가 진다. 사무실 업무와 급한 일들을 우선으로 하다보면 수목의 올바른 생장을 위한 전정은 후순위로 밀리는데 슬픈 상황은 겨울이 되면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낸다. 낮은 온도로 냉해 피해를 받거나, 불필요한 전정이 필요하지 않은 수목을 제외하고 초겨울이나 봄이 다가온 늦겨울에는 전정이 가능하다. 전정은 필자도 앞으로 공부해나가야 할 주요 파트이다.
그리고 멀칭과 제초(겨울에도 제초는 계속된다).. 벌써 2월이 다가온다니 속절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무섭기도 하다. 천리포에서 맞는 두번째 봄에는 조금 더 식물을 이해하는 가드너가 되자고, 남은 올해의 스토브리그를 알차게 보내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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