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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나무, 도시의 공존 / 리사의 찾아가는 인터뷰

Our life and Plants/Lisa's Writing

by 리사앤마르코 _ LNM 2020. 9. 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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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사의 찾아가는 인터뷰 : 식물, 정원, 공원 관련 젊은 실무자를 만나본다.
  • 오늘의 인터뷰이 : 정군
지난 화요일 서울과 안산을 오가며 정원 활동을 하고 있는 정군을 찾아갔다.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 생활공간 속 자연과 사람은 어떻게 공존하고 있나"를 화두로 대화하였고 다음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①공원의 이미지 ②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원과 정원 ③다양한 생활 속 정원에 대한 상상 ④정원박람회, 식물과 사람 ⑤나무의 생존, 가로수.
정군과 나눈 대화는 정리를 위해 완곡하게 때로는 강조하여 표현하고 있음을 밝혀둔다. 리사의 찾아가는 인터뷰가 지속 가능한 개발, 사람과 식물의 공존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도 함께 하는 여정이기를 바란다.

낙성대공원, 주차장에서 공원으로 진입할 때 정경,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 인근 가장 큰 테마 공원이다.

Key word 1. 공원 이미지

  • 리사) 지난 인터뷰에서 공원은 식물이 살기도 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공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인상적이었다. 정군의 생각은 어떤지.
  • 정군)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공원에 대한 사례로 '바보 아저씨 제르맹'이라는 영화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마당 구석 카라반에 틀어박혀 있거나 선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제르맹은 종자학 박사 출신의 인텔리 할머니 마르게리트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오후의 공원이 화면을 꽉 채우고, 그 공간 속에서 문맹이라며 친구들에게 놀림받던 제르맹이 문학에 관심을 가지며 성장하는 모습, 메르 게리트와의 우정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 정군) 공원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풍경을 보며 함께 머무는 공간이다. 공원에서 보내는 각자의 일상적인 시간이 우연히 겹치게 되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추천드린다.

낙성대공원, 공원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

Key word 2.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공원, 정원

  • 리사) 지난주 오니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밀도 높은 곳의 건축 하나가 유료화되는 공원 정원화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었는데, 정군의 생각은 어떠한지.
  • 정군) 졸업 작품으로 노후화된 아파트를 공공녹지의 공간으로 바꾸는 설계안을 만들어본 적이 있다. 당시 '건물을 구조로 보기보다 지형으로 보라'는 크리틱이 생각을 전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건물은 아무래도 내부 공간이고, 인공적인 구조물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순환과 에너지(빛, 물, 바람) 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많이 고민했었던 기억이 난다.
  • 정군) 지금은 소공원, 어린이공원 등 생활권 공원들이 도시에서 일상적인 녹지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염병의 두려운 기억을 간직한 세대에서 공원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큰 공원이 적합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각했을 때, 한 공간에서 동시에 점유하는 공간이 과밀하지 않으려면 소규모의 공간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공원에 머무는 인원이 공원 규모에 비해 과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정군) 적층 된 녹지 공간 개념도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코로나를 비롯한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다수가 동시에 밀집한 실내공간의 경우 아무래도 불안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간의 적층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우선 수평적 공간이 넓어야 할 것 같다.

 

Key word 3. 다양한 생활 속 정원에 대한 상상

  • 정군) 적층 된 실내공간에 대한 개념은 코로나로 인한 다중이용시설 폐쇄가 끝나고 코로나에 대한 영향이 완전히 회복된 후에는 얼마든지 매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식물이나 정원이 실내에 조성되어있는 상업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온실 카페나 식당. 포토 가든이 조성된 가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이케아에서 쇼룸을 전시하듯이. 적층 된 형태의 녹지공간이라면 쇼가든 형식으로 정원이 전시되어도 재미있겠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를 위한 작은 실내정원, 건물 앞 작은 화단 공간, 베란다 텃밭이나 정원, 상업공간에서의 포토 가든 등,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정원을 다양한 유형으로 전시하여 판매하는 시장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 영국처럼 정원 문화가 확산되면 아름다운 개인 정원을 시즌별로 오픈해도 좋을 것 같다. 혹은 2-4세대의 가구가 공유하는 땅이 있어서 같이 정원을 꾸미고 돌보며 이용하고 친척이나 친구들,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퍼블릭하게 쓸 수 있는 작업실, 함께 다이닝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외롭지 않은 정원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공원에서 각자, 함께하는 브런치, 낙성대공원내 도서관, 카페

Key word 4. 정원박람회, 가든쇼, 식물과 사람

  • 리사) 지난달 평택에서 정원을 조성하였다. 정원 아래 콘크리트를 쏟아붓고 환경에 맞지 않는 식물을 식재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정원 조성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의 남아있는 부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통제된 인공환경에 거세된 자연을 전시한다는 한계를 느낀다.
  • 정군) 정원과 공원은 사람이 만들어낸 발명품이기에 자연 그 자체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공간을 구성할 때 자연의 요소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공간을 이용할 사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프로그램과 동선 등을 먼저 계획하고 어떻게 관상할지를 고려하여 자연요소를 배치한다. 도시 속 생활 공원의 작은 녹지가 결과적으로는 소동물, 곤충물의 생태적 서식 장소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계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공원도 다양한 유형의 공원이 있지 않나. '자연 그 자체'가 매혹적인 공원인 국립공원이나 자연생태공원 등, 자연이 우선시되고 인공적인 부분들이나 사람의 사용에 대한 물리적 요소들이 통제되는 공원들에서 자연 그 자체의 매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등산을 즐기는 것 같다)
  • 리사) 예전 고사리를 보러 제주도에 갔을 때 전문가 분이 하셨던 이야기가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딱 한 군데에 자생지가 발견되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다음 해에 갔더니 군락지가 없어졌다고 하셨다. 분명 아는 사람이 가져갔을 텐데, 식물 쪽 일하는 사람들을 의심할 수밖에. 다른 환경적 요소가 원인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이 낮다고 하셨다. 
  • 정군) 주택가에 위치한 커뮤니티 정원에 봄보식으로 병꽃나무 세주를 식재하였는데, 그다음 주에 가보니 세주가 모두 감쪽같이 사라졌다. 라벤더나 국수나무, 꽃사과, 블루베리 등 꽃이나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들도 가지를 잘라가는 경우가 많다. 식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예쁘니까 집에 꽂아두고 매일 보고 싶은 마음에, 혹은 어차피 나뭇가지가 많으니 한 가지 정도야. 하고 생각하셨을 거다. 그 마음이 이해는 되지만 주민들 모두가 함께 보고 즐기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낙성대공원, 단풍나무와 맥문동. 적절한 휴게공간

Key word 5. 나무의 생존, 가로수

  • 리사) 정군은 나무의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수목 생리학적으로 나무의 고사 시점을 언제로 보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 정군) 아직 공부하는 단계라 많이 알고 있진 않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호흡과 광합성을 하고 있으면 많은 부분이 썩어 있어도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고사목인가 아닌가. 공사에서는 하자인가 아닌가에 대한 부분으로 분쟁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사단법인 한국 조경학회의 조경공사 표준시방서 제6장 6-1. 1.71.항 및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방법 및 하자판정 기준' 제2장 하자 여부 판정 제9조(조경수 고사)에는 "수관부 가지가 2/3 이상 고사된 조경수는 하자로 판정"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 나무가 살아있다 하더라도, 도시에서의 조경수는 미관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관부의 생존율로 교체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 같다.
  • 전신적 병해가 아니라 부분적인 병해일 경우, 사실 나무는 생존이 가능하다. 혹은 비전염성 병해일 때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거쳐 고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사목인지 아닌지 판단이 쉽지가 않다. 도시의 나무들도 다양한 이유로 병들어 있는 나무들이 많다. 
  • 나무의사 수업을 들을 때 도시 생활권 수목의 현황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지속적인 강전정, 두절 등 잘못된 전정 방식으로 썩어가는 나무들, 전정을 통한 상처 처리가 미흡해 병충해 피해를 보는 나무들이 많다고 한다. 또 겨울철 염화칼슘의 사용으로 염해를 입거나, 대기오염 피해를 받는 도로에 식재되어 있는 나무들, 식재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서 뿌리 호흡이 불량하고 답압의 피해를 받는 가로수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받는 나무들이 많은 것 같다.
  • 리사) 알아야 보이는 것들이다. 모르고 본다면 병충해로 아파하는 나무와 숲이 그저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겠다. 전에 만난 다른 원예학 박사님께서는 우리나라는 가로수가 필요 없다고도 하셨는데, 이유가 우리나라는 어느 곳에서든 산을 볼 수 있고, 국내 가로계획상 녹지의 폭과 면적이 좁아서라고 하셨다. 전류를 통해 나무의 활력도를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던데 혹시 아시는지.
  • 정군) 샤이고 박사의 샤이고 측정기(Shigometer)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전기 저항도 값을 이용해 나무의 활력과 부후 정도를 측정하는 기계이다.

소율이와 강아지풀, 아이에게도 공원은 좋은 놀이터이자 학습공간.

 

미국의 조지아 주에는 현대에 조성되었지만 주체가 불분명한 구조물이 존재하는데, 일종의 종교적 계명과도 같은 격언들이 10가지 적혀있다. 주체가 불분명하기에 음모론에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첫 번째 항목이 조금 충격적인데, 1. 자연의 균형이 계속되게 하기 위해 인구를 5억 이하로 유지하라.(Maintain humanity under 500,000,000 in perpeual balance with nature.)이다. 지금 인구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이다. 소름 끼치고 무섭기까지 한 글인데, 많은 환경문제가 누적되어 더욱더 심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재를 떠올리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환경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정군

조지아 가이드 스톤 (이미지 출처 _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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