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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쓴이의 묘한 상관관계 _ 강신주를 만나다

Our life and Plants/Lisa's Writing

by 리사앤마르코 _ LNM 2019. 12. 3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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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와 그제 남은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티비를 봤다. 요새 핫하다던, 말로만 듣던 '놀면뭐하니' 유플래쉬를 처음 보았다. 여러 아티스트 중 '수민'이라는 분이 등장하는데, 그를 음악으로만 접해본 다른이들이 수민의 외모에 한번 놀라고, 그의 언어에 한번 더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음악과 무대는 정말 "쎘"는데, 이렇게 나근나근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하면서 말이다.

나에게는 강신주 강의가 그랬다. 책으로 접한 상상했던 인물과는 사뭇 달라 충격적이었다. 책은 그가 죽어도 남을 무엇이기에 정제하고 또 정제하여, 꾹꾹 눌러담았다면. 살아있는 저자는 화가 가득하고 언변에 능한 언어술사 같았다.

얼마 전(11.27) 태안교육문화원에서 진행한 강신주의 강의를 듣고 왔다. 

마르코와 나의 애정전선이 시작 될 때 강신주의 책들이 큰 공을 세웠다. 사귀기 전 둘이서 책이야기를 할때면 강신주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놓을 수 있는가' 아니면 김애란의 소설 등이 화제로 올랐다. 읽었던 책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이어진 가느다란 유대감이 우리를 따뜻한 인연으로 이끌었나 싶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저자 사인

'강신주의 감정수업' 책은 2016년 학교를 졸업하고 조경설계회사를 다니던 여름, 혼자 떠난 짧은 기차여행을 시작한 서울역에서 만났다. 시간이 없어 내용은 모른채 인쇄수만 보고 책값을 계산했다. 덕분에 풍요로원던 기차여행이었다. 여행이 끝나고서는 책 좀 읽으라고 친구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싸인을 받으려) 새로 선물받은 이 책은 무러 49쇄. 깊이 있는 철학이나 생각을 하고 싶다기보단, 세계 명작 미리보기를 넓게 한번에 두루 훝고 싶은 독자에게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담양 소쇄원을 다녀온 그 기차여행이 생각나고, 소쇄원에 가면 이 책이 생각나곤 한다. 언젠가 다시 한번 홀로 여름기차여행을 가게 된다면 가볍게 이 책하나만 챙겨서 떠나야지.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르니, 혹은 겉과 속이 괴리되어 있으니, 인간은 일기 같은 글을 쓴다. 진솔한 글을 통해 순간적이나마 겉과 속을 일치시키려는 발버둥인 셈이다. 지행합일이 되어 있는 고양이 선생은 결코 일기 같은 건 쓰지 않는다. 일기란 아는 것을 실천하지 못했거나, 혹은 실천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 쓰는 것이니까. p323 조롱

오늘 하루도 숨을 쉬고, 걷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이어붙여 글로 정리해본다. 지금의 자아를 공고히 하기도 하고, 더불어 네비게이션처럼 오늘 서있던 장소, 생각, 그 시절의 나를 기록하는 일과 같다. 

SNS, 유튜브 등 이미지와 영상으로 기록되고 연출되는 세상이다. 글로 남기는 발자취가 중요한 것은 깊고, 확장가능성이 넓고, 방향을 또렷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것인지 고민 해본다. 인생에 하나뿐인 방점을 기록할 것인지, 수없이 많은 다작으로 자기복제를 할 것 인지, 바람불면 흩어질 사막의 발자욱처럼 얕은 글만을 남길 것인지. 

깊이 있는 사유나 단순한 해설이나 아무튼 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놓는 건 이 다음을 준비하기 위한 좋은 시도인 것은 틀림 없다.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같이 릴레이 프로젝트 한번 진행해보고 싶기도, 조지와 태안에서 글 읽는 소모임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아무튼... 바람이 많이 부는 오늘 밤은 감정 수업을 마저 읽고 잠들어야겠다.

2019년의 마지막 날을 기대하며. 아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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