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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북리뷰_ 가족, 동반자에 대한 새로운 제안

We are what we consume/How to read

by 리사앤마르코 _ LNM 2019. 9. 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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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리사의 첫 전자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리뷰이다.

* 약 두 달 전 마르코가 선물해준 전자책은 여러 책을 동시에 읽어나가는데 요긴하다. 간편하여 어디든 함께하고, 잠들기 전 누워서 읽기에도 부담없다. 요즘은 '안나 카레니나'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고 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전자책 표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 책을 서점매대, 대중교통광고, SNS 등으로 접하고 궁금해하던 중이었다. 전통적인 '가족'제도는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현대 삶의 방식을 포괄하여 주지 못한다는 대중의 합의, 의식이 솟아오르고 있다. 대안적 공동체라는 뜨거운 주제를 가로지르는 이 책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제목에서 보듯 두명의 필자는 '집'이라는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제 공동체이자 동반자로서, 전통적 가족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파트너법, 생활동반자법 등 대안적 '가족'을 보장하는 제도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글쓴이들의 삶에서도 새로운 공동체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각자의 길을 간다.

글쓴이들이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것은 글을 통해 잘 전해진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가 맞춰가는 과정에서 오는 불편함도 있지만,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습으로 독자들은 위로를 받고, 또 공감 할 것 같다. 부족한 나의 어떤 면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이란 멀리서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바꾸어도 말이 될 것 같다. "사람은 멀리서보면 멋있기 쉽고, 가까이에서 보면 우습기 쉽다."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없기 때문에 서로 한심하고 웃기는 순간도 목격하지만 그럼에도 동거인은 여전히 멋있는 사람이다. 눈속임이 불가능할 만큼 가까이에서 삶에 대한 근면함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결혼과도 같은 장점이다. 이들에게는 서로가 당연하지 않아 감사한 것들이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였다면 당연하였을 점들이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아서인지 더욱 감사하다. 글쓴이가 오랜 회사생활을 그만두자, 기다렸다는 듯 병이 찾아와 입원을 하게 된다. 자신의 아프고 병든 모습 외에도 착실하게 살아온 모습. 능력있는 모습을 지켜본 친구는 옆에 있어주며, 곧 괜찮아 질거라고,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의 삶도 함께 응원한다. 글쓴이는 그렇게 다시 자존감을 회복한다.

그 프로그램이 재미있다는 청취자들의 반응을 접하면서 나는 팟캐스트 진행을 잘한다는게 그저 말솜씨나 재치의 문제가 아니라, 양질의 대화를 나누기 위한 성실한 준비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

얼마 전 결혼을 앞둔 한 지인분은 결혼을 하면 좋은 점으로 '영원한 내편'이 생기는 것이라 말하셨다. 그 당시에는 어떻게 미래의 일을 확신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영원한 내편이라는 확신은 과거와 미래를 응원하는 '나 또한 너의 편'이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대안적 공동체, 다양한 삶에 대한 존중.

'결혼'이라는 제도나 '가족'이 담고 있는 사전적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제도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 하나의 제도로 묶이기에 사람들은 너무나 다양하다. 그리고 이 모든 바탕에는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담겨있다. 오해는 말라. 종교나 철학, 사랑 이런 것들은 무한하길 바라는 유한한 존재로서. 나는 영원한 것을 믿는 낭만주의자이다.

경탄의 순간에도, 좌절의 순간에도 언제나처럼 혼자였다. 그러고 나니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라서 못하는 일이 있는 게 싫어서 뭐든 혼자서도 해왔고 또 꽤 잘 해왔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상에는 여럿이 해야 더 재밌는 일도 존재한다는 걸.

생애주기에서 혼인시기나 기간이 변하고 있고, 가족단위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얼마 전 친구들과 '어느가족'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영화 속 이 공동체는 그 어떤 '가족'보다도 가족이 지켜나가야할 가치나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잘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가족'을 넘어서 더 나은 공동체를 구성하려는 노력, 이러한 대안을 수용하려는 사회적 노력 등.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이 27%를 넘는다고 한다.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2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자본주의 세상은 알아채지 못할 장점.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사람의 좋은 점들을 안다. 시를 좋아하는 조지처럼, 축구기사를 좋아하는 마르코처럼. 어떻게 그렇게 잠을 잘자는지. 또 아침에는 얼마나 잘 일어나는지. 세심하게 들여다 볼 수록 매력적인 그녀와 그의 이야기는 우리를 특별하게 한다. 이러한 특별함은 우리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나의 세상을 넓히고.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함께 살아갈 '편'이 되어간다.

비슷한 점이 사람을 서로 끌어당긴다면, 다른 점은 둘 사이의 빈 곳을 채워준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과연 함께 살기 좋은 대상이었을까? 아마 가슴속 깊이 이해하면서 진절머리 내고 도망쳤을 것 같다. 참 다른 김하나와 살면서 나는 조금은 욕심이 줄고, 얼마간 정돈되었고, 약간은 느긋해졌다(고 믿고 싶다). 이렇게나 다른 나와 같이 살아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내게 그렇듯이 김하나에게도 때때로 찾아오면 기쁘겠다.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유시민의 책 제목처럼. 언젠가부터는 지향점이나 목표를 찾는 것보다 어떤 삶을 살것인지 고민하려 노력한다. 어느 순간 돌아보았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삶의 자세를 갖고 싶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를 비춰줄 타인이다. 사회적 동물로서,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깨닫는다. '나를 비춰줄 누군가, 즉 내 옆에 누구를 둘 것인지', '오늘 점심은 누구와 함께할 지'와 같은 소소한 것들이 나를 채워나가는 시작점이다.

자신의 지향점이자 캐치볼 위클리의 정신을 이렇게 밝히고 있었다. 한사람이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집 평수나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의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얼마나 잘 나가는지, 얼마나 힘이 있는지가 아니라 친구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지 누구는 또 얼마나 잘 얻어먹는지 얼마나 잠을 잘 자고 얼마나 노래를 잘하며 얼마나 약지 못했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고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추억을 가졌는지 인생에서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런 것들입니다.

판단하여 숫자로 표현하는 것은 사람을 포함한 많은 것들을 분류하고 선택하기에 용이하다. 결과로 판단하기 보다 사건의 앞 뒤 맥락을 이해하려 더 생각해보는 것.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 사이에 숨어 보이지 않는 의도, 가치관을 고민해 보는 것은 빨리 많은 것을 환산해야 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쉽게 받을 수 없는 좋은 마음이다.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유행어에도 진실이 아주 없지 않지만, 내 생각에 타인만 한 토털 엔터테인먼트도 없다. 자기만의 세계관, 음악 취향, 관심사와 말솜씨, 표정과 몸짓, 신념과 상상력, 농담의 방식.. 이런 요소들은 그 사람 고유의 분위기와 매력을 형성한다. 물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여행자의 예의를 품을 때, 내가 갖지 못한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을 거다.

이러한 내용을 이어받아 리뷰하고 싶은 책은 '하면 좋은가요?' 인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북클럽에서 대여가능한 책은 제한적이어서 선택지가 넓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다음기회에는 식물에 관한 책, 건축이나 조경전공과 관련된 책 리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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