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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의 겨울 - 김장훈 정원사의 천리포수목원 겨울정원 이야기

Garden, Botanical garden, Arboretum/All about CHOLLIPO

by 리사앤마르코 _ LNM 2023. 1. 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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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수목원에서 일한 지 5년째, 가을에 달린 호랑가시나무 열매는 익어가고 직박구리는 마지막 먹이를 먹는데 분주하지만 수목원 직원들에게 겨울은 참 조용한 계절이다. 날씨가 추워지며 나무는 겨울잠에 빠져 앙상한 모습만이 수목원의 겨울풍경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수목원 내부에서는 동절기 기간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말 그대로 겨울은 수목원의 최대 비수기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수목원 기후정보와 관람객 입장수를 비교해 보면 실제로 기온이 낮아질수록 수목원의 방문객은 줄어든다 것이다.
하지만 천리포수목원의 겨울은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것이 우리 가드너들의 결론이다. 이시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식물들이 있고 납매와 같은 강한 향기를 내뿜는 꽃도 피며 말채나무와 단풍나무 그리고 호랑가시나무처럼 꽃보다 아름다운 가지와 열매를 뽐낸다. 여행, 식물을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겨울에 제주도로 겨울동백을 보러 찾아가지 않는가? 우리 수목원도 제주도 못지않은 기후를 가지고 있어 그 강점을 맘껏 뽐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천리포수목원 밀러가든 겨울전경

겨울의 식물들
천리포수목원 겨울정원
천리포수목원 겨울정원


위와같은 이유로 겨울정원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기 위해 유명작가인 "겨울정원"의 저자 김장훈 정원사의 특강을 기획하여 많은 분들에게 겨울식물의 다양한 볼거리를 소개하고자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며 많은 분들이 강의를 찾아주셨다. 강의는 실내에서 김장훈 정원사가 약 30분간 겨울정원의 역사와 갈색을 사랑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천리포수목원의 밀러가든을 둘러보며 겨울식물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삭막하다고 생각했던 겨울정원은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고 온기가 있다. 유명한 정원 디자이너 '피에트 우돌프;는 "갈색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겨울철 마른풀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겨울정원 이야기 실내강의


윈터가든(겨울정원)이 가장 유명한 곳으로 영국을 꼽을 수 있으며, 윈터가든(겨울정원)은 1950년대 처음 만들어져 현재 영국 곳곳에 다양하게 조성되어있다고 한다. 조성 초기에는 겨울에도 푸른 상록수 정원이 주를 이루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없는 상록수의 경관에 실증을 느껴 그 양식은 점차 가지에 색이 있는 식물, 분이 묻어나는 식물, 겨울에 꽃이 피는 식물 등과 같이 다양한 식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진화했다. 현재는 화려한 색상을 뽐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자연스러운 가을 갈색(마른풀, 그라스)의 멋을 살린 곳도 있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주변 자연을 잘 보존하면서도 겨울의 청취가 좋았던 영국 펜스솔프 자연공원(Pensthorp Natural Park)이 인상적이라고 하였다. 근래에는 정원속에 조형물을 도입하여 겨울이라는 계절을 철학적으로 담기 시작했다는 경향까지 소개하며 실내강의를 마쳤다. 국내에서는 제주의 식생과 생태를 살리면서 제주만의 겨울을 음미할 수 있는 베케 정원과 기후적 유리함과 다양한 식물의 모습 자체로 아름다운 천리포수목원을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였다.

제주도 베케정원의 초겨울 모습

밀러가든으로 나가서 진행한 현장강의(해설)은 진눈깨비가 오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오히려 흐린 날씨가 겨울식물을 돋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색감을 가진 식물을 감상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라고 하였다. 초지원, 동백나무원, 겨울정원을 둘러보며 이 시기에 아름다운 식물을 전반적으로 소개하였다. 특히 밀러가든 겨울정원에서 가지의 색상, 열매, 수형 등 겨울철 식물을 감상하는 다양한 방법을 이야기하며 강의를 마쳤다. 강의를 마친후 김장훈 정원사는 개인 SNS에 천리포수목원은 기후적 특성상 겨울에도 감상할 수 있는 식물이 많은 데다가 그 안에 연못도 있고 초지도 있고 숲도 있고 그 자체로 참 괜찮은 겨울정원이라고 기술하였다.



겨울철 식물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며 해외의 다양한 겨울정원 조성사례를 바탕으로 책을 썼던 김장훈 정원사의 이야기와 그가 우리에게 해주었던 말들은 수목원의 직원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우리 수목원의 겨울정원이 "유럽 겨울정원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말"은 2018년도 겨울정원 리뉴얼에 참여했던 필자에게도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수목원의 해설사 선생님들도 직접 강의를 청강하며 숲해설 시에 참고할 만한 것들을 공부하셨고, 이곳을 가꾸는 젊은 가드너들도 우리 수목원의 정원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외부인들의 시각과 피드백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강의를 참여해 주신 관람객 분들과 후원회원들의 열정을 보며 겨울철 수목원의 아름다움을 더욱 어필해도 좋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겨울 식물과 수목원의 아름다움에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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