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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북리뷰-숲은 고요하지 않다.

We are what we consume/How to read

by 리사앤마르코 _ LNM 2023. 1. 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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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지 않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과 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소통할까? 식물이 들을 수 있고, 버섯이 볼 수 있다는데, 사실일까? 허풍을 떨고 능수능란하게 속임수를 구사하는 건 인간만의 전유물인 걸까? 그렇지 않다. 새들과 물고기, 심지어 달팽이들까지, 어떤 면에서 그들의 소통법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 책에서 우리는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 몰리(물고기)에서부터 자신을 노리는 천적을 속이기 위한 암호를 발신하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까지, 기상천외한 생물들의, 더 기상천외한 소통의 기술을 만나게 된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었다. 꽃은 특정 시각 신호를 보내면 수분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이런 ‘자연의 언어’를 꿰뚫어 보는 시선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놀라운 통찰력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잊지 말길. 판타 레이!(그리스어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저자
마들렌 치게
출판
흐름출판
출판일
2021.04.23

숲은 고요하지 않다.

저자 : 마들렌 치게
흐름출판

지난 2년간 직장을 병행하며 생태학을 공부하였다, 특히 수중에 사는 멸종위기식물의 서식지를 장기간 모니터링하며 경쟁식물과의 공간분포를 파악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서식지 내 멸종위기수생식물의 분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토양, 수환경, 기상환경과 함께 주변에 서식하는 식물의 생태를 함께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 멸종위기식물에 돋아난 가시는 경쟁식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었고 우리나라 식물 중에 잎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 것 또한 경쟁 식물로 하여금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며, 다른 식물보다 넓은 면적을 물 위에 차지하여 광합성을 통해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소통이었다. 이 식물을 둥지로 이용하는 물꿩이라는 새도 넓은 잎과 솟아나 있는 가시를 방패 삼아 육식동물로부터 알을 지키기 위한 소통방식이 있었음을 "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읽고 얼마 되지 않아 깨달았다. (진작에 이 책을 읽었다면, 석사 논문을 작성하는데 조금은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50m상공에서 촬영한 멸종위기식물 가시연꽃 (잎은 최대 지름1.5m까지 자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로 바이오커뮤니케이션(Bio Communication)을 이야기한다. 이는 생명체들 사이의 활발한 정보전달을 의미한다. 즉 다양한 생물 간의 특징적인 소통방식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다양한 생물들의 치열한 생존과 경쟁 그리고 사랑의 소리는 진정 숲이 고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지빠귀는 천적을 속이기 위해 암호를 발산하고,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와 체내수정을 하여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 몰리까지 여러 생물의 소통방식을 소개하였다.
특히 수목원에서 근무하는 나는 식물의 소통방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 호주에서 공부한 작가가 쓴 책인 만큼 주로 유럽권에 서식한다고 알려진 식물을 대상으로 소개하였지만 전 세계 식물이 수집된 수목원에서 일하는 만큼 실제로 접하는 종들의 소통방식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로 둥근잎 끈끈이주걱(Drosera rotundifolia)은 벌레잡이 식물(식충식물)로 우리나라 화훼시장에서 반려식물로 잘 알려진 종인데 종종 수목원에 방문한 어린아이들이 끈끈이주걱이 벌레를 잡아먹는 원리를 많이 물어보곤 했었지만 "벌레를 잡아먹어 살아가는 식물"이라고 단순하게 가르치곤 했었다. 그러나 잎에 묻어나는 끈끈한 분비물은 햇살이 닿으면 마치 이슬방울처럼 빛나 곤충을 끌어들이는 것이었고 곤충은 닿는 즉시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곤충이 잡히면 새로운 잎이 말려 올라오고 분비액에 의해 곤충은 소화되어 소멸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또한 벌레잡이 식물 중 다른 한 종인 네펜데스(Nepenthes)를 이용하고 함께 공생하는 왕개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왕개미는 벌레잡이통풀의 소화액에 미끄러지지 않고 걸을 수 있어 네펜데스가 잡아놓은 먹이(죽은 곤충사체)를 옮겨가 식량으로 활용한다. 심지어 느긋하게 먹고 남은 찌꺼기는 다시 네펜데스의 소화액에 버린다고 하였다. 이러한 패턴은 네펜데스의 포충낭 내부를 청소하는 효과를 준다고 하니 서로에게 이로운 상리공생의 관계인 것으로 생물 간의 소통방식 중 도덕적이지 않나 생각하였다.

천리포수목원에 전시했던 네펜데스 종류(Nepenthes sp.)

식물 발달 및 생리학 연구에 주로 사용되는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식물이다. 신기하게도 애기장대는 애벌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 정보를 발산한다. 애기장대는 애벌레가 자신을 갉아먹는 소리를 인지하고 화학방어 물질의 양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실제로 다른 소리나 비슷한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식물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소리를 듣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애벌레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해 아주 특별한 의사소통 전략을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간절한 생물의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을 접하니 우리(인간)도 소통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어느샌가 대화가 줄고 정보의 바다만을 활용하고 자체적인 판단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한 소통과 노력이 필요하다. 석사과정을 마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글로 표현이 되지 않는 것이었으며 또한 나는 장기간 연구를 진행하며 배경자료를 이해하고 있었지만 독자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기에 다채로운 정보를 어렵지 않게 소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생물들이 본인의 사랑과 생존 그리고 방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만큼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소통의 방식은 연구의 결과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며 전문분야라고 해서 연구자가 불친절해서는 안된다. 즉 논문은 전문가 혹은 일반인이 읽더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읽으며 다양한 생물의 소통방식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구자로서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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