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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오늘도 나무에 오릅니다 - 여성 생물학자의 삶과 모험 / 마거렛 D. 로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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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앤마르코 _ LNM 2021. 7. 1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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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진을 찾다가.. 작년 여름, 그나마 최근에 다녀온 제주도 사진을 첨부해본다. 위의 두곳은 아마도 비자나무숲

열대우림을 상상해본다. 가본 적이 없으니 여행을 떠났던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에서 만난 나무들을 떠올려본다. 상하이에서 우람한 챔피언 트리들을 보면서 "여기는 축복받은 땅인가?" 생각한 적이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보호구역을 걸어본 적이 있는데 마치 쥐라기 공원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250m 상공에서 나무를 내려다 볼 수 있었던 싱가포르의 Tree Top Walk도 이 책의 저자 로우먼이 1997년 제안한 Canopy Walkway가 시초였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높은 습도와 연간강수량은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사람에게 최적의 환경은 아닐 것이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사람이 쾌적한 환경은 다른 것 같다고, 뭐 막연하게는 생각하고 있었다. 내륙에 살아온 사람들은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섬에서의 생활을 동경할 수 있지만, 섬에 살아본 사람들은 낭만적인 삶 이면의 여러 어려움을 안다. 이 책에서는 열대의 숲, 숲을 연구하는 생태학자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 이면의 어려움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오늘도 나무에 오릅니다

책에서 많이 등장하는 우듬지란 임관층 (Canopy Layer)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식물군락에서 수관들이 모여 형성하는 윗부분, 말하자면 그 군락의 '지붕'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특히 열대 우림에서는 많은 동물들이 평생 한 번도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임관속에서만 생활한다고 한다.

책의 저자 Margaret D. Lowman은 1953년에 태어나서 지금은 67세이시다. 책은 시간순으로 나열되었는데, 어린시절과 학부시절에 이어 호주에서 공부를 하고 잎병에 대한 연구를 한 이야기와 미국에 건너와 현장 생태학자로 활동한 70-80년대를 많이 다루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두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It's a Jungle Up There"라는 책을 출간하였다고 한다(2008). 막내아들인 제임스는 MIT 동문과 메사추세츠주에 OpenBiome이라는 비영리조직을 만들었는데, 최초의 공공 대변 은행이며, 미국에서 가장 흔한 병원균 중 하나인 Clostridioides difficile의 치료를 지원한다고 한다.

책의 중간부분부터는 호주 농촌에서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며 연구를 병행하기에 벅찰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물리적, 문화적 배경이 묘사된다. 그녀가 일과 육아를 모두 잘 해내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엄청난 축복이다. 하지만 자신이 잘하며 좋아하는 일을 30여 년 이어온 사명감 있는 사람에게 결혼 및 출산과 동시에 희생을 강요한 당시 문화는 풀기 어려운 난제였을 것 같다. 지금보다도 더, 아니 어쩌면 지구 어딘가에서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을 문화에 대한 반발심을 표현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경험을 모든이에게 적용하는 섣부른 일반화 혹은 가벼운 편 가르기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듯, 그녀 역시 그 만의 길을 만들어갈 뿐이다. 수 천년 넘게 쌓여왔을 집단의 문화적 배경, 개개인의 특성과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담기에 어쩌면 한 권의 책은 좁았을 것이다. 그저 한 사람의 선택과 그에 대한 노력을 응원하며, 또 다른 발자취를 기대할 뿐이다.

반 평생 하나의 직장을 다니시고 얼마 전 퇴직하신 아버지께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없으신지 여쭤본 적이 있다. 아버지는 없다고 하셨다. 마거렛 디 로우먼의 자서전 혹은 회고록 같은 이 책을 읽은 감상을 한줄로 요약한다면, 저자는 나에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하라고, 그리고 선택했다면 최선을 다하라고. 결국 길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인생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생은 단 한번의 모험이자 여행이고, 순간은 모두 값진 경험이다. 지금의 도전도 미래의 나를 이루는 피와 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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