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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적 성장을 꿈꾸는 젊은 조경가를 만나다. / 리사의 찾아가는 인터뷰

Our life and Plants/Lisa's Writing

by 리사앤마르코 _ LNM 2020. 10. 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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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사의 찾아가는 인터뷰 : 식물, 정원, 공원 관련 젊은 실무자들을 찾아간다.
  • 오늘의 인터뷰이 : 해마

 

좋아하는 일을 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막상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더 멀리 오래 일하기 위해 노력한 선배들의 방법이 궁금해지기도 해요. 노력 속에 빛나는 젊은 조경가 해마를 소개합니다. 멈추지 않고 도전하며 성장하는 해마를 인터뷰로 만나보아요. LNM의 찾아가는 인터뷰가 지속 가능한 개발, 사람과 식물의 공존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도 함께 하는 여정이길 바랍니다.

 

 

인터뷰 장소, 낙선재

 

Q1.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공원이나 정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어요. 그동안 만났던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들로는 오니의 수직정원, 정군의 수평으로 넓은 공원, 장배의 야외 시설이 확충될 공원이 있어요.

해마 : 학창 시절 도시를 공부하며 정원도시 개념을 배운 적이 있어요. 현대에 오면서 그 개념이 변화하거나 사라졌지만, 회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밀도 높은 도시에서 공원을 향유했다면 향후에는 밀도가 낮은 곳과 교외로 인구가 이동을 해서 정원을 갖거나, 또는 1인 가구가 발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차에 대해서 찾아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답답해하거나 심지어 두려움도 가지고 있더라고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자연을 더 많이 느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점점 더 조용한 곳, 사람이 없는 곳, 자연을 찾게 되는 것 같아서 교외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나머지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에도 공감을 해요. 유료화되는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사람들은 이미 경치가 좋은 카페에는 높은 비용도 기꺼이 지불하고 있어요. 이 곳처럼 경관이 수려한 곳을 일부러 찾아서 오는 것을 보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좀 더 상위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도심은 인구 밀도가 높으니까 사람들이 교외로 자주 나가는 것 같아요.

해마 : 전반적인 여행산업의 변화를 봤을 때, 휴일에 해외로 많이 여행을 갔었다면, 요즘은 국내에 경관이 좋고 아름다운 곳들이 발전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조경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조경 쪽 일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리고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떤 직군은 생존에 위협을 받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점점 더 좋은 정원을 향유하고 싶어 하니까 조경 산업은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어요.

가을날, 한옥과 단풍이 잘어울린다

 

 Q2. 도시와 식물의 공존에 대한 생각

쉬지 않고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두 번째 질문으로 도시와 식물의 공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저는 정원박람회를 하면서 콘크리트를 붓고 철근을 박고 그 위에 거세된 자연을 전시해야 한다는 한계점을 느꼈어요. 전문가로서 이용측면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문이 있거든요.

해마 : 우리는 조경가로서 구축하려는 이미지가 있고 그 이미지에 맞추어서 식물을 선정하잖아요. 그 식물이 여기에는 자라지 않는다면 식물에 맞춰서 생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조경가, 정원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콘셉트이냐에 따라, 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이 소재가 필요하다면 최대한 그것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아모레 성수를 예로 들어본다면, 그늘 정원을 만들기 위해 좀 더 파져야 하고 음지가 필요하잖아요. 구축하려는 이미지가 있다면 소재를 통해서 인공적으로 구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경가이시고, 조경 안에서도 설계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아요. 멋지네요. 확실하게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해마 : 원예나 산림 혹은 자연 그대로의 정원을 생각하시는 분은 반대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역할은 추구하는 이미지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그 환경에 맞게 조성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안 맞더라도 최대한 맞추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당연히 생태적으로 해야죠, 하지만 콘셉트가 확고하다면 정말 생태적이지는 않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광주의 어느 계곡

 

Q3. 멈추지 않고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

개인적으로 해마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안주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해마는 정말 멈추지 않고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죠. 어떤 위치에 올랐다거나 무엇을 성취해서가 아니라 편안해지고 싶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이 정도면 됐지 하면서 더 적은 양의 일만 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항상 발전하려는 해마를 보면 내 옆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도 해요. 계속 발전하고 배워나가려는 그 원동력이 무엇일지 궁금해요.

해마 : 먼저 정말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저는 부족함에서 오는 것 같아요.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잘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자기 검열을 많이 해요. 부정적인 생각일 수도 있는데 나는 이런 면에서 조금 부족하니까 더 많이 봐야 해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발전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일과 삶이 분리가 잘 안돼서 많이 지친 것 같아요. 리사가 운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풀지 않냐고 말했잖아요. 그것도 맞아요. 워라벨을 찾고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거기서 오는 힘듦은 예전처럼 발전하려면 쉬지 않고 고민하고 끝없이 달려야 하는데, 이것들 사이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잡을 것인가 하는 고민때문이예요. 지금처럼 적당히 이 정도만 하고 워라벨과 건강도 챙기려고 하니까. 퀄리티가 예전만큼 눈에 띌 만큼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일을 효율적으로 해온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결과물이 더 잘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밤을 새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때도 사람들이랑 얘기할 때도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껏 계속 그렇게 해온 것이죠. 

디자인이 괜히 잘 나오는 게 아니었네요.

해마 : 하하.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내가 지금 운동을 할 때인가. 내가 지금 맛있는 밥을 먹을 때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결과물은 잘 나오지만 몸 건강이 안 좋아져요. 그리고 효율성이 좀 떨어졌죠. 그만큼 한다고 해서 그 만큼 잘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생각이 좀 더 깊어질 때도 있고, 사실 고민하는 만큼 시간 투자를 하는 만큼 디자인이 잘 나오긴 하니까요. 요즘에는 몸을 해치면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최근에 하루 온종일 그리고 주말에도 작업을 했어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고생하면서 일을 했을 때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인터뷰 장소, 낙선재 내 정원

 

Q4. 디자인 회사나 설계회사의 발전 방향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면 할수록 디자인은 더 잘 나올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따라 작품이 더 잘 나오기도 하고 그것이 경쟁력이기도 하잖아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적은 인력을 쪼아서 하는 게 맞긴 한데, 미래가 있나 싶기도 해요. 사업성이 없는 것이 아닌가. 다 인건비 싸움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JJ: 모르겠어요. 사람들의 가치관은 다 다르잖아요. 어려운 것 같아요. 돈을 그렇게까지 많이 안 벌면 안 될까요. 조금만 벌고, 퀄리티 좋게 하고, 직원들을 좀 챙겨줄 수 있지 않을까요. 각자가 생각하는 삶의 성공이 다르지만 부자가 되어 땅과 집과 기사까지 있으면서 직원들 월급을 적게 주는 것은 남의 고혈을 짜내서 만든 성공이지 않나요. 물론 누군가의 삶에서 그게 성취고 대단한 일이고 훌륭한 일일 수 있죠.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니까 함부로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세대의 가치관과 우리 세대의 가치관이 다르고, 월급이 없어도 생활에 위협을 받지 않는 사람과 월급이 없으면 당장 나앉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이 정말 달라요.

당장 나앉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설계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으로서 설계를 한다는 건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마 : 설계를 일로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워라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장기전이잖아요. 일 년 이년, 혹은 한두 달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한두 달이라고 하면 쥐어짜서 한다고 생각하고 하루 종일 디자인 생각만 시킬 수 있죠. 하지만 이건 공모전이 아니잖아요. 회사 자체는 앞으로 내가 계속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적당한 휴식이 없으면 계속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 힘들어요. 좋은 것을 봐야 좋은 것이 나오죠. 사무실에 백날 갇혀서 이미지만 보고 있으면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게 되요. 최근에는 좋은 곳을 많이 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좋은 카페나 호텔 정원 등 우리가 안 가봐서 모르는 디자인이 있을 수 있어요. 가서 봐야 여기서는 이런 소재를 써야 조화롭구나 그리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낼 수 있구나를 알 수 있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는군요.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한 것 같아요. 하하하.

해마 : 좋은 카페도 보면 왜 좋은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해볼 수 있어요. 단순히 사무실에 앉아서 이미지를 본다고 아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많이 가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워라벨이 중요한 거죠. 주말에 하루 정도는 좋은 곳에 가서 답사를 해야 나중에 설계에 쓸 수 있는 경험들이 쌓여요. 

제가 만약 회사를 차리면, 화요일이나 수요일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 하루를 무조건 법인카드를 주고 나가게 하겠어요. 누가 가장 잘 놀고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회사의 복지로 하겠습니다.

해마 : 우리 학창 시절 답사를 참 많이 갔죠. 해외 답사와 국내 답사 모두 정말 많이 갔어요. 반딧불이 보러 갔었던 무주도 기억에 남아요. 뮤지엄 산도 우리 5년 전에 답사로 처음 갔었죠. 디자인할 때 이런 좋은 곳들을 안가보고 어디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공간채집을 했던 중소도시 이해 수업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은 경험이었어요.

 

Q5. 영감을  얻는 방법 

저는 대화에서 많이 얻는 것 같아요. 대화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생각을 말했을 때, 들어주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키거나 버릴 건 버릴 수 있도록. 생각이 많고 몸을 안 움직이면 결과는 자살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해마 : 저는 두 가지예요. 공간을 표현할 때와 개념을 잡을 때가 다른 것 같아요. 개념을 잡을 때 영감은 텍스트에서 많이 얻고, 공간을 잡을 때에는 강렬한 이미지에서 얻어요. 어떻게 각색해서 공간으로 표현할 것인가 생각해요. 강렬한 이미지는 사진일 수도 있고 실제 공간일 수도 있고요. 답사를 갔을 때 느끼는 감정들, 저는 감정에 많이 치우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사용자 측면에서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내가 이곳에 와서 느끼는 감정이 어떻고 어떤 감정을 주고 싶은지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JJ : 저는 자기 전에 생각이 많이 나요. 생각의 결과는 어디서 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경험한 공간인 것 같아요. 공간은 먼저 3D 아이소 매트릭스 덩어리로 떠올라요. 개념과 동선과 뷰가 먼저 떠오르는데 여기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들지 디테일한 디벨롭 과정이 어려운 것 같아요.

 

Q6.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해마 :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보람찬가'에 가치를 두고 있어요.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기쁘고, 즐겁고, 희열을 느끼는가가 가장 중요해요. 그것을 알아가기 위해서 지금 조금 쉬고 있어요. 일이 들어오긴 하지만, 내가 무엇이 보람찬지를 대답하기 위해 그 일들을 마다하고 현재를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나에게 정원이란 '앞으로 공부해야할 분야'인 것 같아요. 조경가들에게 정원은 컨셉에 따라 식물들을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또한 정원을 구성하는 식물은 디자인의 소재로써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타 분야와의 차별성 그리고 전문성을 띄기위해서는 식물과 정원을 우리의 기반에 둬야하는 것 같아요.
-해마

 

2014년에 처음 만났고 관계를 이어온 지 6년이 되었는데, 서로의 생각이 바뀌는 과정을 보면 재밌는 것 같아요. 사람은 참 입체적이구나 생각이 들어요. 반면 절대로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느껴요. _ 해마 & JJ
각자에게 정원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을 때 각자의 상황과 감정과 나이와 경험에 따라 대답은 바뀔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리는 매년 서로에게 정원이 어떤 의미인지 묻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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